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까요? 영화 《어바웃 타임》은 시간 여행이라는 특별한 능력을 통해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워주는 작품입니다.

1. 시간을 되돌려도 결국 바꿀 수 없는 마음
영화 《어바웃 타임》의 주인공 팀은 영국에서 태어나 평범한 가정 밑에서 자란 청년입니다. 새해를 맞아 아버지로부터 충격적인 사실을 전해 듣게 되는데, 바로 남자 가문의 혈통에만 전해지는 시간 여행 능력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직접 실험을 통해 그 능력을 확인한 팀은 아버지의 말씀대로 자신만을 위해 능력을 사용하자 결심합니다.
팀이 처음으로 이 능력을 활용하는 대상은 사랑이었습니다. 연말 파티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여성에게 자신감이 부족해 포기했던 기억을 되새기며, 이번에는 용기를 내어 관계를 만들어가려 합니다. 그러나 시간 여행은 만능이 아니었습니다. 키의 친구 샬롯이 두 달간 팀의 집에 머물게 되었을 때, 팀은 그녀에게 마음을 전하기 위해 시간을 되돌리지만 결국 샬롯의 마음까지는 돌릴 수 없었습니다. 시간 여행이라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타인의 감정만큼은 바꿀 수 없다는 사실, 이것이 영화가 초반부터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입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중요한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만약 내가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룰 수 있는 능력을 갖는다면, 과연 후회 없는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아무리 결과를 예상하고, 그렇게 될 거다라는 확신을 갖고 내가 원하는 것을 실행하겠지만 결과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합니다. 원하는 것을 가지면 반드시 동전의 양면처럼 잃는 것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팀이 친구 해리의 극장 공연을 살리기 위해 시간을 되돌렸을 때, 메리에게 받았던 번호가 사라져 버린 것처럼,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 세상의 이치입니다. 아무리 강력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세상 모든 것을 동시에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2. 메리와 함께하며 발견하게 되는 오늘의 행복
시간 여행의 한계를 깨달은 팀은 점차 능력을 타인을 위해, 그리고 현재를 더 충실히 살기 위한 방향으로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어둠 속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특이한 술집에서 처음 만난 메리와의 인연이 시작됩니다. 서로의 얼굴도 모른 채 어둠 속에서 한참 동안 서로를 알아가던 두 사람은 얼굴이 보이는 곳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팀은 자신감을 가지고 번호를 교환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 장면은 외모나 조건이 아닌 말 한마디, 짧은 대화 하나만으로도 관계가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해리의 공연을 살리기 위해 시간을 되돌린 이후, 메리와 나눴던 모든 순간은 사라지고 그녀에게는 남자친구가 생겨 있었습니다. 포기하지 않은 팀은 메리가 좋아하던 케이트 모스 전시를 계기로 그녀와 다시 연결되고, 다시 알아가기 위해 식사를 하며 관계를 처음부터 쌓아갑니다. 이 과정에서 팀은 단순히 시간을 되돌려 결과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한 진심 어린 노력을 반복합니다. 결국 팀의 노력으로 메리와 다시 만나게 된 두 사람은 동거를 시작하고, 이후 부모님 집으로 내려가 결혼을 다짐하게 됩니다.
어머니는 메리가 마음에 들어 아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라며 조언해 주고, 폭풍우를 뚫고 온 사람은 모두의 축복 속에서 새로운 시작을 합니다. 그 후 시간이 흐르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팀과 메리에게 기다렸던 축복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첫사랑 샬롯이 다시 나타나 유혹하는 순간에도 팀은 무언가 다짐한 듯 다급히 집으로 달려가는 모습은, 그가 과거의 미련보다 현재의 행복을 선택했다는 것을 강렬하게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장면이 영화에서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꿈과 희망, 목표를 갖고 살아가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것이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허상만 쫓는 삶으로 이어진다면 진정한 행복을 얻기 어렵습니다. 팀이 메리와 함께 쌓아온 평범한 일상의 순간들이야말로 시간 여행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진짜 삶의 가치였던 것입니다.
3. 평범한 순간들이 인생을 완성하는 이유
영화의 후반부에서 이야기는 한층 더 깊어집니다. 팀의 아버지는 암에 걸려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됩니다. 시간 여행의 선배로서 아버지는 팀에게 마지막 조언을 남깁니다. 그 조언은 바로 똑같은 날을 두 번 반복해서 살아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바쁘게 지나쳤던 하루를 다시 한번 살아보면, 여유가 없던 삶을 다시 돌아보고 세상을 넓게 볼 수 있다는 의미였습니다. 이는 시간 여행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본질은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삶의 철학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아침 햇살, 가족과 나누는 짧은 대화, 출근길의 작은 풍경들은 돌아보지 않으면 그냥 흘러가버립니다. 아버지의 조언은 바로 그 순간순간에 의식적으로 집중하라는 메시지였습니다. 결국 오지 않길 바랐던 아버지의 장례식이 찾아오고, 팀은 마지막으로 작별 인사를 하러 과거로 돌아갑니다.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두 사람은 함께 과거로 돌아가 새로운 추억을 쌓습니다. 이 장면은 능력의 사용이 아니라 함께한 시간의 의미를 다시 새기는 감동적인 순간입니다.
나비효과처럼 조그마한 하나의 선택이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지는 것처럼, 팀의 시간 여행 역시 계속해서 새로운 파장을 만들어냅니다. 동생 킷의 상황이 나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원래 미래로 돌아가 곁을 지켜주고, 나쁜 남자친구와 헤어지게 된 킷을 보고 안심하고 집으로 돌아가 오랜만에 딸을 재워주는 장면은, 능력이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것으로 성숙해 가는 팀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계속되는 시간 여행 끝에 팀이 결정한 미래는 놀랍도록 평범합니다. 하루하루를 감사하게 생각하고 다른 평범한 사람들과 같이 살아가는 것이라는 점은, 우리가 이미 갖고 있는 오늘이 얼마나 귀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영화 《어바웃 타임》을 보고 나니 특별한 시간 여행보다 평범한 하루가 더 어렵고 소중하다고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고, 결국 팀이 원했던 건 완벽한 인생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평범한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